1. 개요

예방하는 방법이 좋기는 하나 모든 음식에 대해 철저히 주의하는 것이 어려워 음식과 물을 주의한 사람에서도 여행자 설사가 흔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생소한 음식에 대해 몰라서 주의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병원균이 도처에 깔려 있어 모두 주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회 관습에 의해 특정 음식을 먹지 않으면 결례가 되는 경우도 있어 본인 생각에 따라서만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음식이나 물을 조심하는 방법 외에도 설사가 생겼을 때 바로 치료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설사가 나면 어떻게 하나?

설사가 생기면 제일 먼저 심한 설사인가 아닌가를 판단해야 치료의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열이 나거나 설사에 피가 같이 나온다면 심한 설사로 구분하고 바로 항생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설사의 횟수로 구분하는 것은, 당장은 하루에 몇 번 할 것인지를 알 수 없으므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8시간 내에 다시 한다면 심한 설사의 가능성이 있고 8시간 후에 설사를 하게 된다면 심하지 않은 설사라 생각하면 됩니다. 심하지 않은 설사이면서 화장실을 갈 수 없는 상황이면 지사제를 복용합니다. 그 사이 계속 물을 마셔 탈수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횟수가 3번이 넘으면 4번째 설사를 하고 항생제를 복용합니다. 물론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제일 이상적입니다.
하루에 설사가 1∼3번 정도면 경도의 설사라고 하고, 6번 이상 설사를 하거나 피가 섞인 설사를 하거나 고열(38 ˚C이상)이 나면 심한 설사라고 합니다. 4-5번 정도의 열이 나지 않는 설사는 중등도 설사입니다. 음식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설사는 대개 경도의 설사입니다.

경도의 설사 치료
경도의 설사는 다음날이면 2/3의 여행자가 저절로 좋아지지만, 나머지 여행자 중 반이 계속 하루에 1-3정도 설사를 하고 나머지 반이 설사 횟수가 더 많아져 심한 설사로 변합니다.
설사의 치료에는 수분 보충만 하고 지사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설사를 멈추는데 사용하는 약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어느 것도 설사를 빨리 치료한다기보다는 증상적으로 설사 양을 줄일 뿐입니다. 또한 설사는 장내에 있는 해로운 물질 (병원균이나 독소)을 배설하려는 사람의 방어 수단이므로 이러한 방어 기전을 억제하는 지사제는 병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는데, 한 예로 이질 때 지사제를 사용하면 이질을 앓는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됩니다. 이 때는 병은 좋아지지 않으면서 설사 양만 줄므로 병이 좋아진다고 설사를 등한시하여 수분 보충을 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결국 지사제를 사용하여 얻는 이익보다는 부작용이나 지사제 비용이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경도의 설사는 하루에 1∼3번 정도 설사를 하는 것이므로 탈수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른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의 설사 질환에서 탈수가 생기는 정도는 4-9% 정도이므로 대부분의 설사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고 단지 불편할 뿐입니다. 따라서 탈수보다는 여행 일정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설사를 빨리 멈추려고 지사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장거리 버스 여행을 할 때에는 설사가 매우 곤란한 문제이므로 지사제가 도움이 됩니다.
지사제의 이런 장단점들을 고려하고, 현재 자신이 하는 설사가 경도의 설사라고 생각하여 지사제를 사용하기로 하였다면 아래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즉, 어린이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높은 열이 있거나 대변과 함께 피나 곱이 나오는 심한 설사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거나 항생제와 함께 복용해야 합니다. 수분 보충을 같이 해야 하고, 지사제를 사용하면 설사 양이 적으나 수분 손실은 여전하므로 설사 양보다 많이 보충해야 합니다.

심한 설사의 치료
심한 설사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사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입니다. 단 피가 섞인 설사를 할 때에는 항생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수분을 정맥 주사로 보충하는 방법 밖에 없었으나, 물과 전해질에 포도당을 섞어 마시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설사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하였습니다. 포도당과 함께 수분을 보충하면 설사로 나올 것은 나와도 마시는 것은 계속 흡수할 수 있어서 탈수로 사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만 해도 설사는 입으로 마시는 것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고 설사를 줄이기 위해서 먹거나 마시는 것을 줄인 적도 있었으며, 그 결과로 콜레라를 포함한 설사 질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였습니다.
현재도 많이 쓰이고 있지만, 어린이가 설사를 할 때 어머니가 보리차를 먹이는 방법은 적절한 치료법이 아닙니다. 수분만 주어서는 포도당이나 전해질이 없으므로 흡수가 적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금이 없는 물만 마시다가는 사람 몸의 소금이 모자라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또 설사가 날 때 오히려 물이나 음식을 먹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음식 자체에 의한 설사의 경우에는 도움이 되나(이런 경우는 소수임) 여행자 설사나 콜레라와 같이 수분 손실이 심한 설사에서는 위험한 치료법입니다. 설사 질환 중 가장 심하다는 콜레라의 경우에도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 하면 사망률은 1∼2% 정도로 낮습니다. 1991년부터 시작한 남미의 콜레라에서도 백만여명이 콜레라에 걸렸으나 사망은 9600명 정도로 사망률은 0.9%였습니다. 콜레라에 의한 사망율이 2%를 넘으면 그 나라의 의학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콜레라 사망률이 1980년에 2.7%, 1991년에 3.5%였습니다. 1994년 아프리카 자이르의 고마 (Goms) 난민촌에서 사망률이 3-5%였으므로 아프리카 수용소보다 조금 낳은 편입니다. 설사가 나면 지사제부터 찾는 습관, 설사가 나면 음식과 물을 먹지 않는 무지, 물을 먹더라도 위에 말한 수분 보충법을 몰라 효과적인 치료를 못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제부터 전해질이 든 물을 만들어 마시나?
물로 수분을 보충하면서, 소금과 설탕을 준비해서 전해질이 든 물을 마시기 시작해야 하는데, 마시는 시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설사가 심한 사람은, 설사로 인해 수분과 전해질 손실이 많으므로, 즉시 전해질이 든 물을 마셔야 하고, 심하지 않은 사람은 처음에는 물만 마시다가 24시간이 지나서 전해질이 든 물을 마시면 됩니다. 어린이 에 역시 쉽게 전해질 이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바로 전해질이 든 물을 마시도록 해야 합니다.

콜라나 사이다는 마시지 말 것
콜라나 사이다를 물 대신 먹으면 안됩니다. 콜라와 사이다에는 필요한 전해질이 없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설탕이 많으므로 삼투압이 높아져 설사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상인은 콜라나 사이다를 마셔도 되지만, 설사 환자가 마시면 왜 안되나?
정상인은 삼투압이 높은 액체(콜라, 사이다, 원액의 과일 쥬스)를 마셔도 몸 안에서 물이 장으로 나가 삼투압을 300정도로 낮추어 흡수가 됩니다. 또한 먹은 양이 작으므로 설사를 하지 않고 계속 장에 남아 있으므로 결국은 흡수가 됩니다. 그러나 설사 환자는 수분이 모자란 상태에다가 장으로 다시 수분이 나가니 탈수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장에 수분이 많을 때 이를 배설하지 않으면 장이 터지게 되므로 사람 몸이 알아서 배설을 하는 것입니다(즉 설사를 하게 된다). 과일 쥬스는 포도당과 칼륨이 많아 좋지만 나트륨이 없고 농도가 높으므로, 콜라와 마찬가지로 탈수를 더 심하게 합니다. 따라서 원액으로는 마시지 말아야 하고 마신다면 소금이 든 물에 과일 쥬스를 섞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스포츠 이온음료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포츠 이온음료는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한 것입니다. 땀으로 나가는 전해질의 양은 설사로 잃는 전해질 양의 1/4 정도이므로, 이온음료에 들어 있는 전해질의 양은 설사 치료에 필요한 전해질의 1/4정도라고 보아야 합니다. 또 삼투압이 약간 높으므로 많이 마신다면 설사를 더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해질이 조금은 들어 있으므로 맹물을 마시는 것보다는 좋으나 설사 질환의 치료에는 충분하지 않고, 어른이라면 마셔도 큰 문제가 없으나 어린이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아래의 탈수 보충액을 먹게 해야 합니다.

탈수보충액 (oral rehydration solution)
약국에서 파는 탈수보충액은 앞에서 설명한 전해질과 포도당을 미리 타서 만든 것이므로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들 제품에는 액체로 된 것도 있지만 운반이나 보관이 어려워 분말로 된 것이 대부분인데, 여기에 자신이 끓인 물을 넣어 탈수 보충액을 만들어 마시면 됩니다.
제품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며 국내에서는 '페디라'이란 상품명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페디라 액 100cc중에는 포도당 2.5그람, 소금(NaCl) 205밀리그램, 구연산 칼륨(potassium citrate) 204밀리그램, 구연산 나트륨(sodium citrate) 86밀리그램이 들어있습니다. 구연산은 소다에 들어 있는 바이카보네이트(HCO3)대신 사용한 것이며 흡수되면 역할은 같습니다.
직접 만들어 써야 하는 경우에는 소금이나 설탕을 티스푼으로 재는 것이 아무래도 정확하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적게 타서 마시도록 해야 합니다. 음식을 만들지 않는 사람을 위한 내용인데 티스푼만큼이라 하면 편편하게 푼 양을 말합니다. 소금은 편편하게 퍼서 1티스푼이고 설탕은 편편하게 해서 6티스푼 또는 가득하게 퍼서 4스푼 정도가 적당합니다. 그래도 자신이 없으면 가능한 적게 타도록 합니다. 스푼에 소금이나 설탕의 양이 적으면 수분 보충 효과가 떨어지지만, 양이 많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연구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 권하는 양보다 적게 탔을 때 설사 치료 효과가 더 높다고 하므로 소금은 1/2-2/3티스푼 정도로 적게 타도 좋으며 설탕 양은 같거나 적어도 좋습니다. 반대로 물은 많은 쪽으로 선택합니다. 물의 양을 제기 어려우면 다음과 같이 대략 추정할 수 있습니다. 커피잔은 90밀리리터, 종이커피컵 170밀리리터, 유리컵이나 작은 머그가 250밀리리터, 큰 유리컵이나 큰 머그가 350밀리리터입니다.
미국에서 파는 탈수보충액들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양보다 전해질의 양이 적은데 농도가 높아지면서 부작용이 나올까 하는 우려에서 전해질 농도를 적게 한 것입니다. 앞에 말한 소금을 적게 타서 마시는 이치와 같은 것입니다. 탈수가 교정된 후에 경구 설사 보충액과 보통 물을 1:1 비율로 마시는 것도 같은 뜻입니다.
곡물 가루(미숫가루를 생각하면 됨)를 포도당 대신 사용하면 설사 양을 줄이고 설사 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슈퍼 (Super)'란 말을 붙여 '슈퍼 경구 탈수 보충액'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아직 확실히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보통' 탈수 보충액을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을 많이 마시면 설사를 더 하는데
물을 많이 마시면 흡수되는 것도 늘지만 흡수되지 못해 대변으로 나오는 양 역시 늘어나게 됩니다. 즉 설사 양이 더 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설사 양이 늘지만 심한 설사에서는 설사의 횟수보다는 수분 보충이 더 중요합니다. 단 설사를 많이 하면 항문 주변이 허는 수가 있으므로 설사를 한 후 화장지를 사용하지 말고 미지근한 물로 씻어 주면 허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이 때 비누는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음식은 언제부터 먹나?
과거에는 설사를 하면 음식을 먹지 않다가 설사가 줄면 서서히 음식양을 늘려 나가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바로 먹였더니 설사 양이나 설사 기간이 반으로 줄어, 요즘은 탈수만 교정되면(목 마른 것이 없어지고 소변을 맑게 볼 정도면 탈수가 교정된 것이다) 바로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젖을 먹는 아이는 탈수에 대해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하고 바로 모유를 먹이도록 합니다. 우유를 먹이는 아이에게는, 탈수가 교정되면 유당을 뺀 우유제품을 먹이거나 정상 우유를 반으로 희석하여 먹이고 기운을 차릴 정도가 되면 바로 정상적인 우유로 먹이기 시작합니다. 미음이나 죽을 먹는 어린이나 밥을 먹는 성인은 탈수만 교정되면 바로 정상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음식의 종류는 어느 것도 좋지만, 굳이 금지한다면 우유나 우유가공품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인은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적고, 설사를 하면 이 효소가 더 줄기 때문에 설사 기간에 우유를 먹으면 설사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험해 보면 분해효소가 떨어지지만 실제 우유를 먹어도 설사 양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금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설탕이 많이 든 음식(단맛의 음료수, 원액의 과일 주스 등)은 농도가 높아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지방이 많은 음식도 위 운동을 느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음식 조심 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것들을 먹지 않으면 됩니다.
정상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설사가 계속되거나 구토를 하면 그 양만큼 설사 보충액으로 보충합니다. 설사 양을 측정하면 좋으나 실제 그렇게 하기가 힘들므로 대략적으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콜레라를 기준으로 한다면 체중 당 5-15밀리리터(60킬로그램 사람이면 600밀리리터)가 한 시간마다 설사로 나가므로 같은 양을 보충하면 됩니다.

항생제
하루에 3번 이상 설사를 하면 3번째 설사를 하고 나서 항생제를 복용하기 시작합니다. 설사에 피나 곱이 있으며 열이 나면 처음 설사 때부터 바로 항생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항생제를 5일 이상 복용한 후에도 설사가 계속된다면 기생충에 의한 설사의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는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으므로 항생제를 더 복용하지 말고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귀국해서
여행 중 설사를 했던 사람이라면 귀국 후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은 없어졌어도 균이나 기생충이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생충과 이질에 동시에 걸렸다면 처음 증상은 이질만 나타나게 됩니다. 열이 나고 설사를 하면 항생제를 복용한 후 증상이 호전됩니다. 하지만 기생충은 몸에 계속 남아 있고 증상을 일으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어른에게는 증상이 없었더라도 어린이에게 전파되면 어린이에게는 심한 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